― <명문장 필사와 리라이팅> 1기 운영을 마치며 ―
<명문장 필사와 리라이팅> 모임은 작가들의 어휘와 문장을 가지고 노는 놀이터입니다.
저는 글쓰기 모임 중에서 리라이팅 모임을 가장 좋아합니다. 한 문단만 써도 되니 부담이 적습니다. 한 편의 완성도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평소 생각만 하던 것을 정리한 글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명문장 필사와 리라이팅>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글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문장에 기대어 글 쓰는 법을 안내하고, 함께 연구하며 실제로 써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한 장르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월요일은 소설, 화요일은 학자, 수요일은 시인, 목요일은 기자의 글로 각 요일마다 각기 다른 장르의 글을 선정하여 리라이팅 예시문으로 올렸습니다. 이번 1기에서는 소설가 권여선, 과학자 김상욱, 시인 나희덕의 글을 깊게 읽었습니다.
권여선 소설가의 문장에서는 뛰어난 인물 묘사, 배경 서술로 사건의 내용을 암시하는 방식, 간명한 문장으로도 성취해내는 인물간의 갈등 관계 등이 드러나는 예시문을 선정하였습니다.
과학자인 김상욱 교수님의 글에서는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쉽게 설명하는 예시가 풍부한 문장들, 단순한 지식 전달 문장 사이에 은근히 숨어 있는 자기만의 의견, 딱딱하게 느껴지는 물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예시문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글 중에서 어휘에 대한 섬세한 감각,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시어로 그려내는 능력,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을 병치하여 그려내는 문장들을 골라 예시문으로 삼았습니다.
선정된 예시문도 좋았지만, 글벗들이 남기는 리라이팅 결과물을 읽을 때에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번뜩이는 기지와 발랄한 유머,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 지친 하루를 스스로 다독이는 의연한 태도가 묻어나는 글들을 매일 읽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 모임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습니다.
리라이팅 1기 글벗들의 참여 소감으로 마무리 인사를 대신합니다. (함께 보기)
글 / 숭례문학당 김선화 강사